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976)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976)
시계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 1971)
불면증에 시달리는 트래비스 비클(Robert De Niro)은 야간 택시 운전기사로 일하기 위해 택시 회사를 찾아간다.
트래비스는 유대교 명절이든, 브롱크스 남부나 할렘과 같은 도시의 변두리든, “언제 어디서든 (anytime anywhere)” 일하기를 원한다.
트래비스는 택시를 타고 뉴욕의 밤거리를 다니며 타락한 사회를 보고 분노를 느낀다.
“모든 쓰레기들은 밤에 나온다. 매춘부, 남창, 호모, 마약 중독자. 병들고 타락했다.
언젠가 진짜 비가 내려 이 모든 쓰레기들을 거리에서 깨끗이 씻어 낼 것이다.”
트래비스는 너무나 외롭다. 밤에 12시간을 일해도 지독한 외로움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일을 마치고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노트에 일기를 쓰거나, 포르노 극장에 가는 것뿐이다.
포르노 극장 안의 매점 여자(Diahnne Abbott)에게 말을 걸어 보기도 하지만 외면만 당한다.
트래비스는 어떻게든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내 인생에 탈출구가 필요하다.
사람은 병적인 자기 관심에만 인생을 바쳐서는 안 된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트래비스는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대통령 후보인 찰스 팰런타인(Leonard Harris)의 선거 운동 본부에서
일하는 벳시(Cybill Shepherd)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지만, 벳시를 포르노 극장에 데리고 갔다가 벳시에게 매몰차게 차이고 만다.
‘택시 드라이버’는 트래비스가 지독한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기 위한 시도를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볼 수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온갖 촬영 기술들을 동원하여 관객들을 트래비스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카메라를 360도로 천천히 회전시키면서 트래비스가 일하는 택시 회사와 트래비스가 살고 있는 집을 샅샅이 보여 주기도 하고,
트래비스의 시점에서 타락한 뉴욕의 밤거리를 슬로 모션(slow-motion)으로 보여 주기도 한다.
관객들은 트래비스가 보고 느끼는 것을 공유하고, 트래비스에 동화되어 간다.
관객들은 트래비스처럼 타락한 사회 속에 갇혀 사는 외로운 존재가 된다.
관객들은 트래비스가 느끼는 외로움과 분노를 이해하게 되고, 심지어 영화의 마지막에 트래비스가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사창가의 악당들과 총격전을 벌이게 되는 상황까지 이해하게 된다.
트래비스는 지독한 외로움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찾으려 하지만 도무지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트래비스는 타락한 사회에 분노하면서도 자신도 타락한 사회 속에 길들여져 이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낀다.
벳시와의 두 번째 데이트에서 벳시를 포르노 극장에 데리고 간 것도 자신이 아는 것이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트래비스는 벳시와의 첫 데이트에서도 벳시와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신의 한계를 느낀다.
트래비스는 우연히 자신의 택시를 탄 찰스 팰런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부를 하지만 찰스 팰런타인의 경계심만 불러일으킨다.
벳시에게 차인 트래비스는 동료 택시 운전기사인 위저드(Peter Boyle)에게까지 말을 걸어 어떻게든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 보려 하지만 소용이 없다.
트래비스의 외로움은 점점 사회에 대한 분노로 바뀌어 간다.
트래비스는 거울 속의 자신에게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