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배상 (Double Indemnity, 1944)
이중 배상 (Double Indemnity, 1944)
화씨 911 (Fahrenheit 9/11, 2004)
필름 누아르(film noir)의 고전적 시기라 불리는 1940년대와 1950년대에 나온 필름 누아르 중에서 최고의 걸작을 꼽으라면
흔히들 존 휴스턴 감독의 ‘말타의 매 (The Maltese Falcon, 1941)’와, 빌리 와일더 감독의 ‘이중 배상’과 ‘선셋 대로 (Sunset Blvd., 1950)’를 꼽는다.
‘이중 배상’의 원작은 한 주간 잡지에 연재된 동명의 소설인데, 소설을 쓴 제임스 M. 케인과, 빌리 와일더 감독과 함께 소설을
각색한 레이몬드 챈들러는 필름 누아르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작가들이다.
제임스 M. 케인은 ‘이중 배상 (Double Indemnity)’ 외에도, 역시 필름 누아르로 제작된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와 ‘밀드레드 피어스 (Mildred Pierce)’를 쓴 작가이다.
레이몬드 챈들러는 사립 탐정 필립 말로우가 등장하는 ‘명탐정 필립 (The Big Sleep)’, ‘페어웰, 마이 러블리 (Farewell, My Lovely)’,
‘레이디 인 더 레이크 (The Lady in the Lake)’, ‘긴 이별 (The Long Goodbye)’ 등을 쓴 작가이다.
레이몬드 챈들러의 작품 대부분도 필름 누아르로 제작되었다.
‘이중 배상’은 35세인 미혼의 보험 설계사 월터 네프(Fred MacMurray)가 피를 흘리며 자신의 보험 회사 사무실로 들어가,
딕터폰에 대고 보험 회사의 청구 관리자인 바튼 키즈(Edward G. Robinson)에게 디트리히슨 청구건에 대한 자백을 구술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맞아요. 내가 그를 죽였어요. 내가 돈 때문에, 그리고 여자 때문에 그를 죽였어요.
나는 돈도 얻지 못했고, 여자도 얻지 못했어요. 멋지지 않아요?”
그리고 플래시백으로 월터가 자동차 보험 갱신을 위해 디트리히슨 씨(Tom Powers)의 집을 방문한 지난 5월 말로 되돌아가,
월터가 딕터폰에 대고 자백하는 내레이션을 통해 디트리히슨 사건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1927년에 뉴욕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보험금을 둘러싼 치정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중 배상’의 이야기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자신은 물론 주변인까지 파멸로 몰아가는 팜므 파탈을 중심으로 한 전형적인 필름 누아르의 이야기이다.
남편을 살해하고 보험금을 타낼 음모를 품고 있는, 디트리히슨의 젊은 아내 필리스(Barbara Stanwyck)는 자동차 보험 갱신을 위해 방문한 월터를 유혹한다.
일광욕을 하다 타월로 간신히 몸을 가린 채 나타난 필리스를 본 순간 그녀의 매력에 빠져든 월터는 결국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자신이 꾸민 음모를 위해 필리스가 해야 할 일은 월터를 유혹하는 것뿐이었다.
필리스에게 흠뻑 빠져 그녀의 음모에 가담하기로 한 월터가 디트리히슨을 살해하고 거액의 보험금을 타낼 모든 계획을 세운다.
월터와 필리스는 자동차 보험 갱신 신청서라고 디트리히슨을 속여, 기차에서 사고로 죽는 경우처럼 흔하지 않은 사고로 죽게 되면
배상금이 두 배가 되는 상해 보험 가입 신청서에 서명하게 한다. 그리고 스탠포드 대학교 동창회에
참석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팰로앨토로 가는 디트리히슨을 살해하고, 디트리히슨이 사고로
기차에서 떨어진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철로에다 목이 부러진 디트리히슨의 시체를 유기한다.
그러나 완전 범죄란 없는 것이다. 사기로 보이는 보험 청구건을 보면 복통이 나게 하는, 키즈의 몸 속에 있는 “리틀 맨”이 키즈로 하여금
디트리히슨 청구건에 대해 의혹을 품게 만들고, 결국 키즈는 예리한 추리력으로 디트리히슨이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것을 밝혀낸다.
그 누군가가 월터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는 키즈가 월터에게 말한다. “그들이 남자를 죽인 거지.
그의 아내와 누군가가. 그 누군가가 목발을 짚고 디트리히슨인 양 기차를 탄 거야.
그리고 그 누군가가 기차에서 뛰어내리고, 그들이 시체를 기차가 지나간 철로에 갖다 놓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