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The Reader, 2008)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The Reader, 2008)
킹스 스피치 (The King’s Speech, 2010)
1958년, 서독의 노이슈타트. 15살의 소년 마이클 버그(David Kross)는 길을 가던 중 성홍열로 인해 심한 구토를 일으키고,
근처에 살고 있는 30대의 여인 한나 슈미츠(Kate Winslet)가 우연히 마이클을 보고 도와준다.
3개월 뒤,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꽃다발과 함께 한나의 집을 찾은 마이클은 한나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고,
한나 또한 마이클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결국 두 사람은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게 되고,
언제부터인가 한나는 관계를 가지기 전에 책을 읽어 달라고 한다.
마이클이 한나에게 읽어주는 책의 수가 늘어 갈수록 둘의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한나는 말 한마디 없이 마이클 곁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1966년, 하이델베르크 로스쿨의 학생이 된 마이클은 나치 전범의 재판에 참관했다가 피고인 신분의 한나를 발견한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는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이다.
소설을 읽어 보지 않아서 영화가 소설을 어떻게 각색했는지 알 수 없지만, 영화만 놓고 보면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는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이기도 하고, 잘못된 만남과 지난 시대의 잘못으로 인해 이루지 못한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는 수치심과 자존심 때문에 타인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자초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한나는 자신이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끼고, 무기 징역을 선고받으면서까지 이 사실을 숨긴다.
한나가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된 마이클은 이 사실을 밝힘으로서 재판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한다.
이는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끼는 한나를 지켜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법정에 있는 참관인들로부터 나치라고 비난을 받고 있는 한나와 관계를 가진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한나가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사실을 밝히면 자신과 한나와의 관계가 드러날까 두렵기 때문이다.
한나는 숨기고 싶은 자신의 치부 때문에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는 지극히 외로운 여자이다.
어린 마이클을 사랑하면서도 마이클에게조차 완전히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한나가 말 한마디 없이 마이클 곁에서 사라진 이유도 자신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서이다.
이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어린 마이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엄숙한 가정에서 내성적으로 자란 외로운 소년 마이클은 유일하게 한나에게 마음을 열고, 한나와의 사랑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다.
하지만 말 한마디 없이 갑자기 사라진 한나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고, 이후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한다.
결국 결혼 생활도 실패한다. 이혼남인 마이클(Ralph Fiennes)과 하룻밤을 보낸 브리지트(Jeanette Hain)라는 여자가 마이클에게 말한다.
“어느 여자가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을 만큼 오래 머무를 수 있을까?”
마이클도 어느 누구에게도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하는 자신을 안다. 이혼한 아내와 낳은 딸 줄리아(Hannah Herzsprung)에게 말한다.
“너에게 늘 마음을 열지 못했었지. 난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했었어.”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관객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할 만큼 감동을 주는 두 장면이 있다.
하나는 무기 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에 간 한나를 위해 마이클이 책을 읽은 녹음 테이프를 보내자, 한나는 마이클이 보내준 녹음
테이프로 혼자서 글 쓰는 법을 배우고 서툰 문장이지만 마이클에게 편지를 보내는 장면이다. 또 다른 하나는
출감 1주일을 앞두고 감옥에서 자살을 한 한나의 소원에 따라 마이클이 아일라나 매더(Lena Olin)가 살고 있는 뉴욕까지
와서 그녀를 만나는 장면이다. 이 두 장면이 감동적인 이유는 한나와 마이클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었기 때문이다.
아무에게도 자신이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던 한나는 이제 마이클에게만큼은 마음을 열고 서툰 문장으로 쓴 편지를 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