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1998)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1998)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1975)
1944년 6월 6일,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의 오마하 해변.
미군 상륙주정의 해치가 열리자마자 독일군들의 기관총 세례에 병사들이 하나 둘 쓰러진다.
지뢰와 폭탄으로 병사들의 팔과 다리가 찢겨나가고 내장들이 터져나온다.
삽시간에 오마하 해변은 시체들로 뒤덮이고, 바다물은 피로 붉게 물들어 간다.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영화의 초반부 약 24분 동안 보여 주는 전쟁 장면은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다.
병사들이 해치가 열린 상륙주정으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바다로 빠지는 장면은,
이 장면을 보는 관객들이 실제로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바다로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해 준다.
바닷물과 해변의 흙, 병사들의 붉은 피가 카메라로 튀는 장면과, 총탄 소리와 지뢰와 폭탄이 터지는 소리, 그리고 병사들과 같이 달리는 듯
흔들리는 화면은 관객들이 카메라를 직접 들고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면서 전쟁 현장을 촬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이러한 생생한 전쟁 장면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관객들에게 확실하게 보여 주고 있다.
영화의 이야기는 이 영화의 제목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영화의 전체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존 H. 밀러 대위(Tom Hanks)를 포함한 8명의 소대원들은 4형제 중 3형제의 전사 통보를 한꺼번에 받게 되는 라이언 가족을 위해 마지막
남은 막내 제임스 프란시스 라이언 일병(Matt Damon)을 찾아 가족으로 돌려보내라는 명령을 받고 길을 떠난다.
영화는 라이언 일병을 찾으러 가는 과정에서 8명의 대원들이 경험하는 전쟁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렇다 할 영화의 내용은 없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그의 탁월한 연출력으로 전쟁의 상황들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나가고 있으며, 전쟁의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명성을 얻게 되는 그의 초기 작품들 – ‘죠스 (Jaws, 1975)’, ‘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 ‘E.T. (E.T.: The Extra-Terrestrial, 1982)’ – 에서는 주로
특수효과에 의존한 초자연적인 신비와 공포를 참신하고 기발한 방법으로 영상에 담았으나, ‘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 1993)’와
그 이후의 작품들 – ‘라이언 일병 구하기’, ‘뮌헨 (Munich, 2005)’ – 에서는 인간의 심리를 자연스럽게, 하지만 굉장히
날카롭게 묘사하여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초기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성숙된 영상들을 보여 주고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마지막 전투에서 호버스 상사(Tom Sizemore)와 독일 병사가 서로 마주치자 서로에게 총을 겨누어 쏘지만 두 사람 다 총알이 없다.
그러자 두 사람이 철모를 벗어 서로에게 던지는 장면에서 두 사람이 느끼는 전쟁 상황에서의 급박함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또한 멜리시 일병(Adam Goldberg)을 격투 끝에 칼로 죽인 독일 병사와 공포에 질려 계단에 주저앉아 있는 업햄(Jeremy Davies)이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서로를 지나치는 장면은 두 사람이 느끼는 전쟁의 공포와 광기를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 주고 있다.
총탄에 맞아 죽어가는 존 H. 밀러 대위가 대원들과 함께 사수하려고 한 다리를 건너려는 독일 타이거 탱크를 향해 체념한 듯
권총을 쏘아대는데 갑자기 타이거 탱크가 폭발하는 기적이 일어난다. 사실은 권총으로 폭발된 것이 아니라
때마침 온 미국 P-51 무스탕기의 폭격으로 폭발된 것이다. 존 H. 밀러 대위가 죽어가는 안타까운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