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전선 이상 없다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1930)
서부 전선 이상 없다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1930)
톰 존스의 화려한 모험 (Tom Jones, 1963)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1939)’가 작품상을 수상한 1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기준으로
그 이전까지를 아카데미 시상식 초기라고 한다면, 초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들 중에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다운 가장 뛰어난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와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It Happened One Night, 1934)’을 꼽을 수 있다.
각각 반전 영화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효시로 평가 받고 있는 이 두 영화는 지금 보아도 30년대 영화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영화의 작품성이 뛰어나다.
독일의 소설가 에리흐 마리아 리마크의 동명의 반전 소설을 영화화한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지금도
반전 영화의 최고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이후에 나온 반전 영화들을 보아도 영화의 이야기나
형식이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반전 영화로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수많은 전쟁 영화들에 영감을 주었는데
최근에 나온 가장 훌륭한 전쟁 영화로 평가 받고 있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1998)’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많은 부분이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제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애국심과 영웅심으로 전쟁에 참가한 어린 학생들의 관점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이다. 폴(Lew Ayres)과 그의 학급 친구들, 캐머릭(Ben Alexander)
리어(Scott Kolk), 피터(Owen Davis, Jr.), 벤(Walter Browne Rogers), 알버트(William Bakewell), 뮬러(Russell Gleason)는 수업
시간에 조국을 위하여 싸우다 죽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며, 지금 조국은 여러분들과 같은 젊은이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칸토렉 교수(Arnold Lucy)의 연설에 감명을 받고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입대를 한다.
훈련을 마치고 서부 전선에 배치된 이들은 굶주림과 공포, 인간성 상실, 동료들의 죽음을 체험하면서 전쟁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되고
칸토렉 교수의 연설과는 달리 애국심과 영웅심은 전쟁터에서는 단지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참전 용사였던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은 전쟁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확실하게 보여 주고 있는데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보여 주는 생생한 전쟁 장면들은 최근에 나온 전쟁 영화들 중에서 전쟁을 가장 생생하게 묘사한 전쟁 영화로 평가 받고 있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필적할 만하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전쟁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보여 주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영화의 중반부에서 모처럼 배불리 먹은 병사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전쟁은 누가, 왜 일으키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
우리는 왜 싸워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에게 전쟁에 대한 사색도 하게 해준다.
우리가 왜 싸워야 하며, 왜 서로를 죽여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는 폴이 자신이 찌른 칼에 서서히 죽어가는
프랑스 병사(Raymond Griffith)와 구덩이에서 밤을 지새우면서 프랑스 병사에 대한 죄책감과 연민으로 괴로워하는 장면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가벼운 부상을 입은 폴은 휴가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고향이 낯설기만 하다.
아버지(Edwin Maxwell)와 아버지의 친구들은 전쟁터의 실상은 알지 못한 채, 폴에게 전쟁을 부추기는 말만 하고, 칸토렉 교수는
여전히 애국심을 앞세워 학생들을 전쟁터로 내몰고 있다. 폴은 학생들에게 전쟁터의 실상을 이야기해 주지만 오히려 겁쟁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폴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고향 사람들에 실망을 하고, 서둘러 부대로 복귀한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칸토렉 교수와, 폴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들을 통해 극단적인 민족주의와 군국주의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폴이 나비를 잡기 위해 뻗은 손이 총성과 함께 힘없이 땅에 떨어지는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가슴 아픈 마지막 장면은 전쟁의 비극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명장면이다.
애국심과 영웅심으로 전쟁에 참가한 어린 학생들은 이렇게 전쟁터에서 허무하게 죽는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제1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관점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이야기하고 있어
반전이라는 영화의 주제가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 영화이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독일에서 나찌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30년대 초에 잠깐동안이긴 하지만 상영이 되었다. 나찌당은 쥐를 영화관에 풀어 영화의 상영을 막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