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The Shape of Water, 2017)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The Shape of Water, 2017)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관객들에게 마치 동화 또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여주인공 엘라이자 에스포지토(Sally Hawkins)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이웃집 화가 자일스(Richard Jenkins)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마지막에도 자일스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 하지만 엘라이자,
그녀를 생각할 때면 내 마음 속에 유일하게 떠오르는 건 시다. 수백 년 전에 사랑에 빠진 누군가가 속삭이던.
당신의 형체를 알 수 없지만, 내 주위에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아네.
당신의 존재가 사랑으로 내 눈을 채우고, 내 마음을 겸허하게 하네. 당신은 어디에든 존재하기에.”
물을 담는 컵이나 그릇에 따라 물의 모양이 변하듯, 사람이나 사람의 마음에 따라 사랑의 모양도 변한다.
물과 사랑은 특별한 모양은 없지만, 우리가 그것들에 빠지게 되면 우리는 온몸과 마음으로 그것들을 느끼게 된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항공우주 연구센터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엘라이자와,
남미에서 항공우주 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로 잡혀 들어온 괴생명체, 양서류 인간(Doug Jones)의 사랑을 다룬 판타지 영화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 엘라이자와 양서류 인간의 사랑은 정신적인, 또는 단순 감정적인 사랑이 아니다.
남녀 간 육체적 관계가 포함된 사랑이다. 관객들은 엘라이자가 흉측하게 생긴 양서류 인간과 육체적 관계를 가진다는
이야기에 비위가 상할 수도 있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온갖 영화적 장치와 이야기들을 통하여
관객들이 엘라이자와 양서류 인간의 사랑을 숭고한 사랑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비현실적인 판타지 영화이지만,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냉전 시대의 역사적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도 미국과 소련의 대립을 다룬 이야기가 나오는데,
항공우주 연구센터에 침투한 소련의 첩자 로버트 호프스테틀러 박사(Michael Stuhlbarg)는 미할코프(Nigel Bennett)로부터
미국이 양서류 인간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게 해서는 안 된다며 양서류 인간을 죽이라는 지령을 받는다.
또한, 미국에서 1960년대는 여성과 흑인, 동성연애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불평등과 편견이 가득한 시대였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 엘라이자와 그녀의 가까운 친구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엘라이자는 언어 장애를 지닌 여성이고, 엘라이자의 직장 동료 젤다 풀러(Octavia Spencer)는 흑인이며, 자일스는 동성연애자이다.
보안책임자인 리차드 스트릭랜드(Michael Shannon)는 엘라이자와 젤다에게 인종 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
스트릭랜드는 양서류 인간에게는 심한 학대를 가한다.
하지만 엘라이자와 젤다, 자일스는 양서류 인간을 마치 보통의 인간처럼 대한다.
젤다와 자일스는 엘라이자와 양서류 인간의 사랑을 존중한다. 엘라이자는 양서류 인간의 흉측한 외모와는 상관없이 양서류 인간을 사랑한다.
양서류 인간을 항공우주 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로부터 탈출시키기 위해 자일스의 도움이 필요한 엘라이자가
자일스를 설득하는 장면에서 엘라이자가 수화로 자일스에게 말하는 대사는 관객들로 하여금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가 나를 볼 때, 그가 나를 보는 방식은, 그는 내가 뭐가 부족한 지 몰라요. 내가 얼마나 불완전한 지 몰라요.
그는 나를 볼 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요. 그는 매일, 매번 나를 볼 때마다 행복해해요.
이제 그를 구하거나 죽게 할 수 밖에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