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애 최고의 해 (The Best Years of Our Lives, 1946)
우리 생애 최고의 해 (The Best Years of Our Lives, 1946)
워터프론트 (On the Waterfront, 1954)
초등학생들이 접하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난 ‘우리 생애 최 고의 해’를 초등학생 때부터 알고 있었다.
지금의 EBS의 전신인 KBS 3TV에서 일요일 정오마다 방송된 ‘세계 명작 감상’을 통해 처음 이 영화를 접했다.
물론 당시 영화를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영화를 오랫동안 잊지 않고 기억하게 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어린 초등학생 눈에 영화의 세 주인공 중 하나인 호머(Harold Russell)의 두 갈고리 손이 꽤 충격적이었고
다른 하나는 영화를 보시던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셨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시는 것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자
이후에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어른이 된 후에 영화을 다시 보면서, 아버지가 흘리시던 눈물이 내 눈에서도 흘러 내렸다.
‘우리 생애 최 고의 해’는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온 세 명의 참전 군인들이 가족과
사회에 어렵게 적응해가는 과정을 통해, 전쟁에서 돌아온 참전 군인들이 겪는 어려움과 아픔을 그린 영화이다.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나 친구가 된 공군 대위 프레드(Dana Andrews)와 해군 사병 호머
그리고 육군 중사 알(Fredric March)은 집에 돌아간다는 기쁨에 들뜨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족과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알은 훌쩍 커버린 딸 페기(Teresa Wright)와 아들 롭(Michael Hall)이 낯설게 느껴지고, 이해심 많은 아내 밀리(Myrna Loy)와도 서먹하다.
은행 간부였던 알은 부사장으로 은행에 복직하지만, 한 해군 참전 군인(Dean White)에게 담보 없이 대출을 해주었다가
밀튼 은행장(Ray Collins)으로부터 주의를 받는다. 알은 참전 군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와
이러한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자기 자신에 괴로워하며 계속 술만 마신다.
전쟁에서 양손을 잃은 호머는 가족들이 자신의 두 갈고리 손을 자꾸만 쳐다보고 자신을 동정해주는 것이 불편하기만 하다.
호머는 장래를 약속한 마음씨 고운 여자 친구 윌마(Cathy O’Donnell)에게도 부담을 느끼고 그녀를 멀리한다.
밤마다 전쟁의 악몽을 꾸는 프레드는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전쟁에서 막 돌아온 군인에게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결국 주급이 32.50 달러인 점원으로 취직을 하지만, 사치와 허영에 빠져 사는 아내 마리(Virginia Mayo)는 이런 남편에게 실망하고 이혼을 요구한다.
‘우리 생애 최 고의 해’는 영화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라기보다는
마치 실제 인물들이 살아가는 실제 삶의 현장에 카메라만 들이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사실적인 영화이다.
‘우리 생애 최고 의 해’는 참전 군인들을 영웅으로 미화하거나, 대놓고 동정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이 사회에 어렵게 적응해가는 과정을 과장되지 않게 사실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참전 군인들이 겪는 어려움과 아픔을 이야기하는 영화의 주제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또한 영화의 세 주인공들을 각각 육군, 해군, 공군으로, 20대, 30대, 40대로, 그리고 상류층, 중류층, 하류층 출신으로 설정하여
참전 군인들이 겪는 어려움과 아픔이 특정 소수자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은 ‘우리 생애 최고의 해’를 최대한 깊이 있고 사실적인 영화로 만들기 위해, 해롤드 러셀을 호머 역에 캐스팅하고
영화 촬영 기법 중 하나인 딥 포커스(deep focus)를 영화 곳곳에서 활용하고 있다. ‘우리 생애 최고 의 해’에서 가장 큰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호머와 그의 여자 친구 윌마의 이야기이다. 호머 역의 해롤드 러셀은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로 군 복무 때 양손을 잃은 참전 군인이었다.
‘우리 생애 최고 의 해’는 해롤드 러셀의 출연으로 더욱 사실적인 영화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영화의 감동은 더해졌다.
호머가 윌마를 자신의 침실로 데리고 가 윌마에게 양손이 없는 자신과 결혼해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는 장면이 있는데
호머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윌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관객들도 저절로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적인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