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걸 (Working Girl, 1988)
워킹 걸 (Working Girl, 1988)
소피의 선택 (Sophie’s Choice, 1982)
‘워킹 걸’은 1960년대 후반부터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아메리칸 뉴 시네마(American New Cinema)” 또는
“뉴 할리우드(New Hollywood)” 시대를 연 ‘졸업 (The Graduate, 1967)’의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연출한 영화이다.
‘워킹 걸’의 이야기는 ‘졸업’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졸업’은 대학을 갓 졸업한 벤(Dustin Hoffman)이 기성세대에
억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워킹 걸’은 30세가 될 때까지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비서 노릇만 하고 있는
테스 맥길(Melanie Griffith)이 학벌과 경력 지상주의에 가로막혀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실망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회적 환경을 대하는 ‘졸업’의 벤과 ‘워킹 걸’의 테스의 태도는 완전히 다르다.
완전히 서로 다른 두 사람의 태도로 인해 두 영화의 분위기와 이야기의 결말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
‘졸업’의 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기성세대의 억눌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에 기성세대에 반항하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로 순간적 충동에서 나온 행동일 뿐이며
영화는 여전히 기성세대의 억눌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암울한 미래로 근심만 가득한 벤의 얼굴을 보여 주는 장면으로 끝난다.
하지만 ‘워킹 걸’의 테스는 자신의 꿈을 위하여 자신이 행동한다. 그럴 능력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룬다.
그래서 ‘워킹 걸’의 이야기는 ‘졸업’의 이야기에 비해 훨씬 밝고 경쾌하다.
테스는 5년 과정의 야간 학교이긴 하지만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비록 비서직 경력 밖엔 없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W를 읽는, 뱃속에 야심으로 가득차 있는 30살의 여자이다.
하지만 변변치 못한 학벌과 경력으로 엔트리 프로그램에 또 떨어지고, 상관들에게 무시와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테스는 자신을 농락한 상관 러츠(Oliver Platt)에게 뚜쟁이라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다.
이 때문에 테스는 보스턴에서 온 기업 인수 합병 담당의 캐서린 파커(Sigourney Weaver)의 비서로 배치를 받는다.
테스는 캐서린에게 트래스크사의 라디오 방송국 인수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놓지만, 캐서린은 트래스크사는 TV 방송국
인수에 관심이 있다며 테스의 트래스크 라디오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았다고 테스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캐서린이 스키를 타다 다리를 부러뜨려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동안에 테스는 캐서린이 자신의 트래스크 라디오 아이디어를 가로채려 한 사실을 알게 된다.
분노한 테스는 캐서린의 이름과 직위를 도용하여 자신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트래스크 라디오 아이디어를 추진하기로 하고, 투자 상담가인 잭 트레이너(Harrison Ford)에게 연락을 한다.
‘워킹 걸’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룬 테스가 새로 생긴 자신의 개인 사무실에서 친구인 신(Joan Cusack)과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워킹 걸’의 결말은 ‘졸업’의 결말에 비하면 확실히 해피 엔딩이다.
‘워킹 걸’은 ‘졸업’에 비해 영화의 분위기와 결말은 밝고 경쾌하지만, 대신 그만큼 주제 의식은 약해져
기성세대의 타락과 부조리를 정면으로 비판한 ‘졸업’에 비하면 그냥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