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 Fargo 1996
파고 Fargo 1996
출산을 곧 앞둔 임신부인 마지는 진짜 모자라 보이는 동료 경찰관 루(Bruce Bohne)와는 달리 아주 영리한 경찰관이지만
“물론이죠”, “그럼요”라는 의미의, 보통의 “예(Yeah)” 대신에, 사투리인지 영화를 위해 만든 어투인지 알 수 없는
“야(Yah)”를 연발하면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루만큼이나 엉뚱하고 코믹한 캐릭터이다.
조엘 코엔의 아내이기도 한 프란시스 맥도먼드는 마지 건더슨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파고’를 보면 영화의 이야기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장면들과 장난스런 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한 예로 마지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보라. 새벽에 전화를 받고 나가려던 마지는 남편 놈 건더슨(John Carroll Lynch)이 굳이 차려 준 아침 식사를 먹는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간 마지가 차 시동이 걸리지 않자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 놈에게 점프 스타트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장면을 굳이 보여 준다.
이러한 장면들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장면은 사건 수사를 위해 미네아폴리스에 온 마지가 동창인
마이크 야나기타(Steve Park)를 만나는 장면인데, 영화의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데도 불구하고 꽤 긴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주로 마지와 놈을 중심으로 보여 주는, 영화의 이야기와는 상관이 없는 일상적인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면서
칼과 개어를 중심으로 보여 주는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범죄 장면들과 대조를 이룬다.
사실 ‘파고’는 영화의 이야기보다는 코엔 형제의 독특한 영화 형식을 통해 관객들에게 영화의 주제를 전달하는 영화이다.
엉뚱하고 코믹한 캐릭터들, 영화의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장면들과 장난스런 대사들은 바로 타락한 세상을 조롱하고 풍자하기 위한 영화적 설정이다.
특히 자신의 절망을 감추기 위해 마지에게 거짓말을 하고 쪼다 같이 행동하는 마이크는 자신의 범죄 행각을 감추기
위해 마지에게 거짓말을 한, ‘파고’에서의 모든 타락의 진원인 제리를 조롱하기 위한 캐릭터이다.
마이크의 거짓말은 마지로 하여금 제리도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한다.
마이크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 마지는 제리를 다시 찾아가 추궁한다.
‘파고’가 보여 주는 범죄 장면들은 상당히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이다.
개어가 칼의 토막 난 시체를 분쇄기에 밀어 넣는 장면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제리의 아내 진을 납치해 아지트로 데리고 온 칼이 겁에 질려 날뛰는 진을 보며 웃는 장면도 상당히 비인간적이다.
마지는 절단된 칼의 다리를 분쇄기에 밀어 넣고 있던 개어를 현장에서 체포한다.
개어를 연행하는 마지가 개어에게 하는 대사는 바로 타락한 세상과 타락한 인간들에게 하는 대사이다.
“인생에는 돈 몇 푼보다 더 소중한 게 있어요. 그걸 모르겠어요? 당신 꼴을 봐요, 이 아름다운 날에 말이에요. 난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파고’는 타락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그래도 희망을 주면서 끝난다.
집으로 돌아온 마지가 남편 놈에게 말한다. “놈, 우린 잘 하고 있어요….사랑해요, 놈….두 달 남았네요.”
‘파고’는 작품상을 포함한 총 8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의 2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