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Hamlet 1948
햄릿 Hamlet 1948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의 이 내레이션은 햄릿의 이야기가 햄릿의 우유부단한 캐릭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실제로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은 원작에 나오는 햄릿의 오랜 친구이자, 클라우디우스를 위해 햄릿을 염탐하는 왕의 신하들인 로젠크란츠와 길던스턴,
그리고 노르웨이의 왕자 포틴브라스를 햄릿에서는 다 잘라 내고, 영화의 이야기를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자에 대한
복수를 망설이고 주저하는 햄릿의 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4시간짜리 원작을 두 시간 반으로 압축시켰다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은 영화를 위해 원작의 반을 잘라 낸 창의적인 대담성으로 찬사를 받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원작을 해쳤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특히 재미있는 캐릭터인 로젠크란츠와 길던스턴을 잘라 낸 것에 대한 비판이 컸다
원작의 대사를 모두 살린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햄릿은 말할 것도 없고, 햄릿보다 상영 시간이 25분이나 짧은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햄릿도 로젠크란츠와 길던스턴을 잘라 내지 않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연극을 위한 희곡이다
따라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영화로 만들 때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가 장면 구성에 관한 문제이다
특히 등장 인물이 긴 대사를 할 때는 단순한 장면으로 인해 영화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은 시민 케인과 우리 생애 최고의 해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된 딥 포커스를 도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시민 케인을 연출한 오슨 웰스 감독과, 시민 케인과 우리 생애 최고의 해의 촬영을 담당한 그레그 톨랜드에 의해 영화 촬영에
널리 보급된 딥 포커스는 카메라 가까이에 있는 물체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까지 모두 초점이 맞도록 촬영하는 기법을 말하는데,
한 장면에 여러 상황을 담을 수 있어 장면의 깊이가 더해지고, 편집을 줄일 수 있어 보다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 연출을 가능하게 해준다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은 딥 포커스를 사용하여 등장 인물들을 한 장면에 배치함으로서 이야기에 더 극적인 효과를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 마치 극장에서 연극을 직접 보고 있는 듯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은 딥 포커스를 여러 장면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클라우디우스와 거트루드,
레어티스가 아버지 폴로니우스를 잃고 실성한 오필리아를 바라보는 장면도 딥 포커스를 사용한 장면 중 하나이다
카메라 가까이에 실성한 오필리아가 있고, 멀리 실성한 여동생 오필리아를 바라보는 레어티스가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이들의 중간에서 클라우디우스와 거트루드가 실성한 오필리아를 바라보고 있다
이 한 장면으로 관객들은 실성한 오필리아를 바라보며 레어티스가 느끼고 있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클라우디우스와 거트루드가 느끼고 있는 안타까움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등장 인물들을 한 장면에 다 볼 수 있어 마치 극장에서 연극을 직접 보고 있는 듯한 현장감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햄릿은 햄릿,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햄릿,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햄릿 중에서 가장 연극적이다
햄릿은 작품상을 포함한 7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작품상을 포함한 4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는데, 그중에는 로렌스 올리비에가 수상한 남우주연상도 포함되어 있다
오필리아 역의 진 시몬즈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햄릿은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