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길 (La Strada, 1954)

길 (La Strada, 1954)

길 (La Strada, 1954)

꿈의 구장 (Field of Dreams, 1989)

찰리 채플린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개인적으로 ‘길’의 여자 주인공 젤소미나(Giulietta Masina)를 보면 찰리 채플린이 남긴 이 말이 생각난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찰리 채플린이 남긴 말이 의도하는 것과 젤소미나를 보며 느껴지는 것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찰리 채플린이 남긴 말을 다음과 같이 바꾸어야 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길’의 각본을 쓰고 감독까지 한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영화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실제 부인이기도 한 줄리에타

마시나가 연기하는 젤소미나의 재미있는 얼굴 표정이나 행동들을 보면 젤소미나는 겉모습도 찰리 채플린을 연상시킨다.

줄을 타는 곡예사 마또(Richard Basehart)가 젤소미나를 보며 말한다.

“참 재밌게 생긴 얼굴이야.”

지능은 좀 모자라지만 한없이 착한 젤소미나는 떠돌이 차력사인 잠파노(Anthony Quinn)에게 10,000 리라에 팔려 그의 조수 노릇을 하게 된다.

잠파노는 가슴에 묶인 쇠사슬을 끊는 묘기를 부리고, 젤소미나는 광대 노릇을 한다.

짐승 같은 잠파노는 젤소미나를 가혹하게 대한다.

젤소미나는 재미있는 얼굴 표정과 행동들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정작 자신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길’에서 자신을 가혹하게 대하는 잠파노를 잠시 탈출한 젤소미나가 도시의 광장에서 사람들의 놀림을 당하고

바닥에 넘어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슬픔이 가득한 젤소미나의 얼굴을 보여 주는 장면은 관객들의 마음을 한없이 아프게 한다.

‘길’은 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무렵의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이후 전세계 영화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 네오리얼리즘(neorealism)이

막 끝나가던 무렵에 나온 영화이다. 네오리얼리즘 영화는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스펙터클이나 드라마적 효과를 배제하고, 영화에 출연하는 연기자들도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들을 캐스팅하고,

영화 기술적인 면에서는 스튜디오에서 벗어난 야외 촬영과, 자연 조명의 사용 등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를 통해 전쟁 전후 이탈리아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들을 진솔하게 다루고 있다.

네오리얼리즘 영화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영화가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 (Ladri di Biciclette, 1948)’이다.

‘길’과 ‘자전거 도둑’을 비교해 보면 ‘길’은 확실히 네오리얼리즘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영화임을 확인할 수 있다.

‘길’에서 장면의 배경을 보면 네오리얼리즘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지만, 서정적인 영화의 이야기나,

젤소미나와 같은 다소 영화적인 캐릭터 등, 네오리얼리즘 영화들이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철저하게 배제했던 영화적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다.

흔히들 인생을 “길”에 비유하곤 한다.

‘길’은 영화의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지만,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괴로워하고,

관객들은 이것이 이들의 정해진 길이고, 팔자라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젤소미나는 자신을 가혹하게 대하는 잠파노를 오히려 좋아하게 된다.

잠파노의 학대에 괴로워하면서도 잠파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으로 인해 더 괴로워한다.

잠파노는 젤소미나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가혹하게 대하면서도 젤소미나에게 호감이 있는 마또를 질투하고 또 애써 자신의 이러한 마음을 부정한다.

잠파노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젤소미나를 잃고 나서야 젤소미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영화의 중반부에 등장하는 ‘길’의 또 다른 주인공 마또는 관객들로 하여금 젤소미나와 잠파노의 복합적인 감정에 대해,

그리고 인생에 대해 좀더 깊은 성찰을 하게끔 만드는 인물이다.

마또는 잠파노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젤소미나를 가혹하게 대하는 것처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잠파노를 놀리고 잠파노의 화를 돋운다.

마또에게 화가 난 잠파노가 난동을 부리다 경찰서에 끌려간 날 밤에 마또가 젤소미나에게 말한다.

“난 잠파노를 미워할 이유가 없어. 하지만 그를 보면 놀려 주고 싶어.

나도 왜 그러고 싶은지 이유를 모르겠어. 그냥 그러고 싶은 충동을 느껴.”

마또는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충동에 대한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는데,

길에서 우연히 만난 잠파노에게 폭행을 당해 허무하게 죽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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