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의 봉인

제7의 봉인 (Det Sjunde Inseglet, 1957)

제7의 봉인 (Det Sjunde Inseglet, 1957)

제7의 봉인 (Det Sjunde Inseglet, 1957)

로라 (Laura, 1944)

‘제7의 봉인’은 남성 코러스가 화려하게 노래하는 ‘디에스 이라이(Dies Irae)’가 들리면서,

어두운 하늘을 보여 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요한 묵시록’의 독수리가 조용히

비상하는 장면이 이어지고,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 ‘제7의 봉인’의 영화 제목을 따온

‘요한 묵시록’ 8장 첫 부분의 발췌문이 내레이션으로 서술된다. “어린양이 제7의 봉인을 떼었을 때,

하늘에는 반 시간 가량의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일곱 개의 나팔을 든 일곱 천사가 나팔 불 준비를 했다.”

스웨덴의 세계적인 영화 감독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제7의 봉인’은 대단히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영화이다.

14세기 중엽, 기사 안토니우스 블로크(Max Von Sydow)는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다가 10년만에 고국 스웨덴으로 돌아왔으나,

온 나라를 휩쓴 페스트와 마녀 사냥의 집단적 광기로 고국은 황폐해져 있다.

기사는 자신을 데리러 온 죽음의 사자(Bengt Ekerot)에게 체스 게임을 제안하고,

자신의 죽음을 유예해 줄 것을 요구한다. 기사는 세상의 종말을 예고하는 현실의 징후들과,

피할 수 없는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번민과 고뇌에 휩싸이지만, 자신과 세상을 구원해 줄 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짧은 여정을 시작한다. 기사와 그의 종자 옌스(Gunnar Bjornstrand)의 여정은

새벽녘 해변에서의 일출과 더불어 시작되어 하루 뒤, 번개치던 밤의 어둠이 아직 남아 있는

언덕 비탈 위에서 죽음의 춤을 이끄는 사자의 모습으로 끝나는데, ‘제7의 봉인’은 기사가

옌스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통해, 신의 존재와 인간의 구원, 그리고 삶의 부조리함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종교적, 철학적, 형이상학적 질문들을 던지는 영화이다.

루터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종교적 분위기에서 자란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은 ‘제7의 봉인’을 개봉하면서 그가 프랑스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여러 차례 재출간된 잡지 ‘예술’에서 ‘제7의 봉인’의 기원의 본질을 말해 준 바 있다.

“어렸을 때 나는 때때로 스톡홀름 근교의 작은 시골 교회로 출장 설교를 가셔야 했던 아버지를 따라가곤 했다. …

아버지가 설교를 하고, 신도들이 기도하고 노래부르고 강론을 듣는 동안 나는 낮은 궁륭들과 두꺼운 벽,

영원의 내음, 그리고 천장과 벽의 중세 그림들과 조각상들이 살고 있는,

이상한 서식지 위에서 흔들리던 색색의 햇빛으로 이루어진 교회의 은밀한 세계 쪽으로 주의를 돌렸다.”(‘예술’ 667호, 1958)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이 어린 시절 교회의 벽화와 조각상에서 보았던, ‘요한 묵시록’의 독수리,

기사와 체스를 두는 죽음의 사자, 장미 정원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성모 마리아,

인간이 기어올라간 생명수를 베는 죽음의 사자,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 위로

마지막 춤의 행렬을 암흑의 나라로 이끄는 죽음의 사자 등은 그를 즉각적으로 매혹시켰고,

그는 유년의 기억에서 따온 이미지를 영상화하여 ‘제7의 봉인’에 고스란히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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